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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돼지열병 감염경로 파악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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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작성일19-10-1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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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기준으로 살처분된 돼지는 모두 15만4653마리다. 전국의 사육 돼지 수는 1132만 마리(올 6월 기준)여서 1%가 불과 3주 만에 땅에 묻힌 셈이다. 11일에 연천군에 대한 돼지 전량을 없애기로 해 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서 첫 발생한 이래 한 달 가까이 지나가고 있지만 전파경로는 아직 명확치 않다. 북한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역학조사를 거쳐야 해 아직은 확정지을 수 없다. 통상 감염경로를 찾는 역학조사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과거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AI)와 달리 이번 ASF의 경우엔 뚜렷한 게 없는 상태다.

  최초 발생 당시 가장 많이 제기된 가능성은 북한 유입설이다. 북한의 야생 멧돼지가 남하해 전파했을 것이라는 추정이었다. 1차 발생 농장인 파주 연다산동이 북한과 접경지역이었기 때문이다. 2차 발생은 연천 백학면에서 나왔다. 파주 발생 농가보다 더 북쪽이다. 이후 3차부터 김포에서 강화를 거쳐 다시 파주로 되돌아오기까지, 모든 발생지가 경기북부지역이나 그 옆 인천이다. 북한에서 넘어온 것임을 계속해서 지목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12일 DMZ 접경지역인 경기 연천과 강원도 철원지역의 야생 멧돼지에서 ASF가 검출되면서 북한 유입설은 점차 확신으로 바뀌는 중이다.

  이 때문에 DMZ에서 ASF 바이러스가 남하했다고 보는 것이 단순히 가능성 중 하나를 넘어서 합리적 의심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잔반 급여, 해외 발생국발 불법 휴대축산품 등 여타 유력 경로들이 명확하게 들어맞지 않는 상황이라 더욱 이 가설에 힘이 실린다.

  어느 쪽이 됐건 정부가 북으로부터 유입 가능성에 일부분 안이하게 대처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미 북한 전역에 ASF가 광범위하게 퍼졌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DMZ를 통한 유입 위협은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역학조사가 끝날 때까지 몇 가지 특정 경로만 쫓아서도 안 되지만, 반대로 어느 한 경로라도 소홀히 해선 안 되는 것인데, DMZ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꾸준히 요구됐던 북한과의 방역협력에 있어서 정부는 이제껏 '북측이 대답이 없다'며 두 손 들고만 있었다. 그러던 정부가 급해진 건 지난 2일 연천군 DMZ에서 ASF 바이러스가 묻은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되면서다. 이틀 뒤인 4일, 국방부와 산림청 등은 DMZ 안의 군사분계선(MDL) 500m 이남부터 민간인통제선(민통선) 구간에 대대적인 헬기 방역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미 최초 발생일로부터 3주 가량이나 지난 뒤다. 그러다 오늘 또 DMZ 이남의 접경지역 멧돼지에서 ASF가 발견됐다. 그것도 살아있는 멧돼지에서 말이다.

  가축질병의 추가 확산을 막는 데에는 감염 경로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이라도 어느 것 하나 정부가 놓치고 있는 건 없는지 돌아봐야 전국 확산을 막는다.
이상문   iou5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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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